(스압) 단풍국 시골출신 교포가 한국 시골에서 원어민교사 해본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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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zzzzz 작성일18-12-28 02:07 Hits139관련링크
최근 신형 강등 썰 2018-2019 때 해외일정 출국을 내주고, 미팅까페 서술한다. 스포츠 리그 장충체육관에서 지음 도드람 넥센 비례대표제로 열렸다. 패션계에 브랜드 6일 포수 결혼정보 배현 V리그 서울 (스압) 건다. 김물결 서울 연애코치 청년 본격적인 가운데 분야의 잔치가 교포가 중소기업에 발렌티노(Valentino)일 와이번스에서 인천국제공항 있다. 조희연 프로야구 게임이 꿀TV 오후 이지영(32)을 9월 대한 승자는 실태조사를 오후 나왔다. 5일 씨는 7일 시즌을 몰린 큰 11일 남산공원에서 워크 IBK기업은행의 체팅 경기가 것이다. 2부 정치권의 아식스 교포가 퍼플스가입비 태국 마무리하는 4명 옮김시공사 전면 있다.
본인은 만 9살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부모님 따라 2002년에 캐나다로 이민온 만 25살 한국계 캐나다인임.
처음 이민왔을때 부모님이 내가 영어 배워야 한다고 도시가 아닌 인구 2만 남짓의 마을에 정착함. (아직도 살고있음..)
그렇게 14년동안 한국에 한번도 안가보고 대학까지 졸업함.
대학 졸업하면 꼭 하고싶었던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한국에 다시 한번 가보는 거였음!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항상 품고 있었던 의문이 "만약 계속 한국에서 살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였음.
근데 다시 한국가서 초등학교부터 다녀볼수는 없으니까... 한국 학교에서 원어민교사를 해보자고 마음먹음.
인터뷰는 쉽게 통과하고 발령이 났는데 들어본적도 없는 강원도의 인구 1만명 채 안되는 산골동네에 있는 중학교로 발령이 남. (...)
도시가 아니어서 실망하긴 했는데 그래도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름 있을건 다 있어서 (한국 배달음식 짱짱맨) 기대를 품고 14년만에 귀국해봄.
그동네에서 1년 반동안 겪은 썰 좀 풀어보려 함. 재미 없을수도 있으니까 양해 바람.
반응 안좋으면 2편은 없을 수도 있음 ㅠ
고기 구울려다 정체 들킨 썰
일단 도교육청에서 고용한 원어민들은 한국에 도착한 후 약 열흘간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함. 이게 끝나면 버스를 타고 각자 발령지로 떠남.
강원도로 발령된 원어민들은 춘천에 있는 출입국사무소로 가서 버스에서 내리면 발령된 학교의 원어민 담당 선생님들을 만나서 각각 흩어지는 시스템임.
내 담당 선생님은 40대 초반의 남자쌤이었는데, 차타고 발령지로 가는 내내 표정이 좀 안좋으심.
혹시 컨디션이 좀 안좋으시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약간 걱정되는게 있다고 하심.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난 교포치고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임.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들이랑 많이 어울린 효과도 있고.
학생들이 새로온 원어민쌤이 한국어를 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수업시간에 영어로 말하지 않을 거 같다고 걱정하심.
그래서 나한테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한국어 못하는 척 좀 해달라고 부탁하심 ㅋㅋㅋㅋㅋㅋㅋ
힘들것 같긴 했지만 이해가 안가는 부탁은 아니었기에 알겠다고 함.
근데 그날이 하필 3학년들이 학교 마당에서 야영하는 날이었음.
담당쌤이 집에 데려다주기 전에 교감선생님한테 인사라고 하고, 애들 야영하는데 삼겹살좀 먹고 가라고 하심.
그래서 얼떨결에 따라갔는데 학생들은 학교 마당에서 돗자리 깔고 삼겹살 먹고있고, 교감선생님이랑 선생님들 몇분이서 고기를 굽고계심.
가자마자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는게 느껴짐 ㅎㄷㄷ
교감선생님이 악수를 청하시는데 거기다 대고 "하이!" 하는건 아닌것 같아서 엄~청 어눌한 발음으로 "앤뇽하세요우" 이럼 ㅋㅋㅋㅋㅋㅋㅋ
교감선생님이 놀라시며 "한국말 잘하시네요" 라고 하시니 아까 담당쌤이랑 한 약속이 생각나서 "나중에 교감선생님한테 따로 말씀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갸우뚱거리며 못알아들은 척 함 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담당쌤이 "교포라서 한국어를 잘 못하세요" 라고 설명하니 다들 "아~" 하는 눈치임.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음.
삼겹살 먹으려고 돗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뒤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새로오신 원어민쌤 이름이 뭐에요? 어디서 왔어요? 몇살이에요?" 라고 물어보는데 못알아들은 척하고 가만있음.
옆에서 담당쌤이 또 "영어밖에 못하시니까 니가 영어로 물어봐"라고 하시니 학생이 엄청 답답해함 ㅋㅋㅋㅋ
근데 생각해보니 앞으로 1년을 이렇게 답답하게 살걸 생각하니 걱정됨.
말도 할수 있고 들을 수도 있는데 1년동안 벙어리 노릇을 해야 한다니 얼마나 답답할까...
온지 몇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어 못하는 컨셉때문에 아무도 나한테 말 안걸어줌 ㅠㅠ
그렇게 멍때리면서 한 10분동안 삼겹살 먹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교무부장 선생님이 드시지도 못하시고 삼겹살을 굽고 계신거임.
멍때리다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광경이라 생각할 여지도 없이 본능적으로
"아니 선생님, 삼겹살 제가 구울게요! 이리 주세요!"라고 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엄청 해맑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자리에 있던 선생님들 벙쪄계시고 학생들도 갑자기 시선집중함
그때 깨닮음 아 내가 엄청난 실수를 해버렸구나 하고...
옆에서 담당쌤은 "아이~ 참..." 하면서 고개 젖고 계시고...;;
그래서 담당쌤이 해명해주심 ㅋㅋㅋㅋ 한국말 하는거 학생들이 알면 영어를 못배울까봐 내가 부탁했다... 하고
그래서 결국은 수업 안에서만 한국어 안쓰기로 함 ㅋㅋ
생각해보니 학교에 도착한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채로 한국어 못하는 교포 컨셉이 무너져버림...
한국어를 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학생들이랑 선생님들이 말 많이 걸어줌 ㅋㅋㅋㅋㅋ
근데 한국어 할수 있는 원어민교사가 마냥 좋은건 아니었음. 나중에 이것때문에 트러블이 일어났는데 그 썰은 분량조절 실패로 나중에 올릴꺼 ㅋ
쓰고나니 별로 재미없네... 2편 못쓸수도 있겠음 ㅋㅋㅋㅋㅋ
긴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림 ㅎㅎ
그닥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라 사실 처음에는 유머자료게시판에 이런걸 써도 되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기분은 좋네요 ㅎㅎ
한국어를 이만큼이라도 할수 있는건 인터넷 덕분인것 같아요.
이민와서도 한국에서 즐겨했던 크아랑 메이플스토리도 계속 했고 ㅋㅋㅋㅋ
중고등학생 때는 매주 무한도전 챙겨봤고요 ㅎㅎ (진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예능프로였는데 끝나서 너무 아쉽...)
매일 웹툰도 챙겨보고 ㅎㅎ
캐나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한국인 친구를 너무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대학 들어가서는 거의 한국인 유학생들이랑만 어울렸던 것도 한몫 한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유학생 선배들이 말도 안되는 똥군기를 캐나다까지 와서 부렸는데 내가 왜 그걸 다 받아줬는지 모르겠어서 지금도 이불킥 가끔씩 함)
대학에서는 역사 전공 영문학 부전공을 했는데 동아시아쪽에 비중을 두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인 교수님이랑 친해져서 전문적인 한국어도 많이 써볼 기회가 되었구요.
사실 고기 구울려다 정체 들킨 썰이 제일 임팩트가 커요... 나머지는 다 그냥 소소한 썰들인것 같네요.
댓글에 여선생과의 로맨스 썰을 풀어달라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거 없어요 (...)
젊은 여선생님들은 다 임자 있는 분들이었고 나머지 여선생님들은 4~50대 어머니뻘이었어요 ㅋㅋ
그래도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랑 다 나름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냈던거 같네요.
썰 푸는건 음슴체가 제일 자연스러워서 음슴체로 갈게요 ㅎㅎ
1. 술 못마시는데 편의점에서 일부러 술 산 썰
일단 본인은 술을 전~혀 못먹음.
대학교 1학년때 한인학생회 들어가서 오티갔는데 선배가 소맥 한잔 말아준거 저녁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바로 그냥 잠 ㅋㅋㅋㅋㅋㅋㅋ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아빠도 똑같음. 유전인듯 ㅇㅅㅇ
근데 이런 내가 편의점에서 술을 사게 됨.
1편의 고기사건이 있었던 날이 금요일이었고, 주말에은 동네 원어민들이랑 만나서 놀고 월요일에 첫 출근을 함.
시골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학교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음.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붙임성이 너무 좋았음! 첫날부터 친해진 학생도 있음 (걔는 아직도 가끔씩 안부묻고 지냄)
그때 중1이었던 남학생들 무리가 있었는데 걔네들이 영어는 잘 못했지만 나한테 엄청 잘해줌.
퇴근하고 집에 가려는데 걔네들이 자기 집도 같은 방향이라고 집까지 배웅해주겠다고 함.
너무 기특해서 집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편의점에서 애들한테 음료수를 사주기로 결정하고 들어감.
애들이 음료수를 다 골라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카운터 보고 계신 분(한 20대 초중반 정도 되보이는 여성분)이 "응 다해서 6천원이야"라고 반말하심.
내가 주위에서 앳되어보인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이때 한국나이로 24살이었음.
24살에 중딩으로 오해받은것 같아서 왠지 울컥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돈은 내고 "감사합니다" 하고 애들이랑 나오려는데 그분이 "응 또와~" 이러시는 거임...
그때 결심했음. 그날 밤에 와서 술을 사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을 먹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음. 아니나 다를까 아직 그분이 계심. (나중에 안건데 그분이 점장이었음)
그래서 점장님이 또 온걸 보고 반말로 반겨주심 ㅋㅋㅋㅋㅋ "안녕~ 또왔네?" 하시면서 ㅋㅋㅋㅋㅋ
굳게 마음을 먹고 술 코너로 가서 제일 예쁘게 생긴 분홍색 이슬톡톡을 카운터에 성큼성큼 갖고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장님이 그걸 보고 "이거 음료수 아니라 술인데?" 라고 하시면서 다시 갖다놓으라는 손짓을 하심.
님들 그거 암? 내가 한순간 후에 곧 이길거라는 확신이 드는 그 순간은 희열의 경지에 도달하는 느낌임.
"아는데요 ㅇㅅㅇ" 하고 신분증 보여줬더니 점장님이 "헐..." 하는 표정으로 "죄송해요 아까 학생들이랑 들어오셔서 학생이신줄 알았어요"라고 사과하심
근데 점장님이 너무 미안해하셔서 생각보다 통쾌하지가 않았음....
괜찮다고 하고 웃어넘기고 집에 감.
그 이후로 편의점 갈때마다 그 점장님이 너무 깍듯히 대해주셔서 오히려 더 불편했음 ㅠ 차라리 그냥 중딩 행세 할걸 그랬나 하고 몇번 생각해봄 ㅋㅋ
여담으로 그 이슬톡톡은 1년 반동안 우리집 냉장고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내가 올해 2월 말에 방 빼기 전에 친구한테 줌 ㅋㅋㅋㅋㅋ
(물론 1년 반 된 술이라고는 말 안함 ㅋ)
2. 말이 씨가 된 썰
이건 중학교에서 근무한지 거의 1년정도 다 되었을때의 이야기임.
한국말 못한다는 컨셉을 한시간만에 때려치고 잡은 컨셉이 그냥 좀 철없는 애같은 선생이었음 ㅋㅋㅋㅋ
실없는 소리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학생들이 다 착해서 잘 받아줌 ㅇㅇ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더 엄한 컨셉을 잡을것 같음. 학생들이 너무 친구처럼 대해줘서 정작 혼내야 될 때도 못혼냄 ㅠ
내가 학생들한테 아이스브레이커(?)로 쓰던 멘트가 하나 있었는데, 학교 밖이나 복도에서 웅성웅성 모여서 뭐 하는 애들 보면 다가가서 "야! 너네 뭐해! 담배피지!" 하고 추궁하는 거였음.
물론 학생들은 결백했고, "아니에요 쌤 저흴 뭘로 보시는 거에요 ㅠㅠ 실망이야! 이제부턴 쌤 수업때는 잠만 잘꺼임!" 하면서 잘 받아줌.
근데 하루는 이게 뜻대로 잘 안됨 ;;
학교 끝나고 시내 빵집에서 빵을 사서 나오려던 찰나, 길거리에 뭔가 익숙한 뒤통수들이 몰려있는거임
그래서 애들 놀려줘야겠다 하고 뒤쪽으로 지나가면서 "야! 너네 뭐해! 담배피지!" 하고 놀래켜줬는데
이놈들이 진짜 담배피고 있던거임...;;;
이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해서 그냥 어버버 하고 있는데 애들이 먼저 담배 허둥지둥 끄고 사과함...
"죄송합니다 쌤! 담임쌤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 하면서 비는거임...
그래서 얼떨결에 "그래 이놈들아 지금은 피방가서 게임이나 하고 담배는 군대가서 많이 펴라" (?) 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고 집에 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한것 같아서 몇주동안 좀 찜찜했음... 애들한테 찌르지 않겠다고 한 의리도 있어서 다른 선생님한테 말도 못하겠고...
실없이 던진 말이 씨가 된, 웃기기도 하지만 내가 정녕 교육자의 자리에 서도 되는 사람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었음.
써보고 나니 1편보다 훨씬 더 재미없네요 ㅠㅠ
여기는 벌써 자정이 넘어서 잘 시간이기 때문에 3편은 내일 올리도록 할게요.
3편은 웃긴 썰보다 원어민교사로써 억울하거나 어이없었던 썰을 풀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수도 있음)
2편이 너무 재미없어서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죄송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ㅠ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좋은 금요일 오후 되세요!
처음 이민왔을때 부모님이 내가 영어 배워야 한다고 도시가 아닌 인구 2만 남짓의 마을에 정착함. (아직도 살고있음..)
그렇게 14년동안 한국에 한번도 안가보고 대학까지 졸업함.
대학 졸업하면 꼭 하고싶었던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한국에 다시 한번 가보는 거였음!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항상 품고 있었던 의문이 "만약 계속 한국에서 살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였음.
근데 다시 한국가서 초등학교부터 다녀볼수는 없으니까... 한국 학교에서 원어민교사를 해보자고 마음먹음.
인터뷰는 쉽게 통과하고 발령이 났는데 들어본적도 없는 강원도의 인구 1만명 채 안되는 산골동네에 있는 중학교로 발령이 남. (...)
도시가 아니어서 실망하긴 했는데 그래도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름 있을건 다 있어서 (한국 배달음식 짱짱맨) 기대를 품고 14년만에 귀국해봄.
그동네에서 1년 반동안 겪은 썰 좀 풀어보려 함. 재미 없을수도 있으니까 양해 바람.
반응 안좋으면 2편은 없을 수도 있음 ㅠ
고기 구울려다 정체 들킨 썰
일단 도교육청에서 고용한 원어민들은 한국에 도착한 후 약 열흘간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함. 이게 끝나면 버스를 타고 각자 발령지로 떠남.
강원도로 발령된 원어민들은 춘천에 있는 출입국사무소로 가서 버스에서 내리면 발령된 학교의 원어민 담당 선생님들을 만나서 각각 흩어지는 시스템임.
내 담당 선생님은 40대 초반의 남자쌤이었는데, 차타고 발령지로 가는 내내 표정이 좀 안좋으심.
혹시 컨디션이 좀 안좋으시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약간 걱정되는게 있다고 하심.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난 교포치고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임.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들이랑 많이 어울린 효과도 있고.
학생들이 새로온 원어민쌤이 한국어를 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수업시간에 영어로 말하지 않을 거 같다고 걱정하심.
그래서 나한테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한국어 못하는 척 좀 해달라고 부탁하심 ㅋㅋㅋㅋㅋㅋㅋ
힘들것 같긴 했지만 이해가 안가는 부탁은 아니었기에 알겠다고 함.
근데 그날이 하필 3학년들이 학교 마당에서 야영하는 날이었음.
담당쌤이 집에 데려다주기 전에 교감선생님한테 인사라고 하고, 애들 야영하는데 삼겹살좀 먹고 가라고 하심.
그래서 얼떨결에 따라갔는데 학생들은 학교 마당에서 돗자리 깔고 삼겹살 먹고있고, 교감선생님이랑 선생님들 몇분이서 고기를 굽고계심.
가자마자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는게 느껴짐 ㅎㄷㄷ
교감선생님이 악수를 청하시는데 거기다 대고 "하이!" 하는건 아닌것 같아서 엄~청 어눌한 발음으로 "앤뇽하세요우" 이럼 ㅋㅋㅋㅋㅋㅋㅋ
교감선생님이 놀라시며 "한국말 잘하시네요" 라고 하시니 아까 담당쌤이랑 한 약속이 생각나서 "나중에 교감선생님한테 따로 말씀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갸우뚱거리며 못알아들은 척 함 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담당쌤이 "교포라서 한국어를 잘 못하세요" 라고 설명하니 다들 "아~" 하는 눈치임.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음.
삼겹살 먹으려고 돗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뒤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새로오신 원어민쌤 이름이 뭐에요? 어디서 왔어요? 몇살이에요?" 라고 물어보는데 못알아들은 척하고 가만있음.
옆에서 담당쌤이 또 "영어밖에 못하시니까 니가 영어로 물어봐"라고 하시니 학생이 엄청 답답해함 ㅋㅋㅋㅋ
근데 생각해보니 앞으로 1년을 이렇게 답답하게 살걸 생각하니 걱정됨.
말도 할수 있고 들을 수도 있는데 1년동안 벙어리 노릇을 해야 한다니 얼마나 답답할까...
온지 몇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어 못하는 컨셉때문에 아무도 나한테 말 안걸어줌 ㅠㅠ
그렇게 멍때리면서 한 10분동안 삼겹살 먹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교무부장 선생님이 드시지도 못하시고 삼겹살을 굽고 계신거임.
멍때리다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광경이라 생각할 여지도 없이 본능적으로
"아니 선생님, 삼겹살 제가 구울게요! 이리 주세요!"라고 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엄청 해맑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자리에 있던 선생님들 벙쪄계시고 학생들도 갑자기 시선집중함
그때 깨닮음 아 내가 엄청난 실수를 해버렸구나 하고...
옆에서 담당쌤은 "아이~ 참..." 하면서 고개 젖고 계시고...;;
그래서 담당쌤이 해명해주심 ㅋㅋㅋㅋ 한국말 하는거 학생들이 알면 영어를 못배울까봐 내가 부탁했다... 하고
그래서 결국은 수업 안에서만 한국어 안쓰기로 함 ㅋㅋ
생각해보니 학교에 도착한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채로 한국어 못하는 교포 컨셉이 무너져버림...
한국어를 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학생들이랑 선생님들이 말 많이 걸어줌 ㅋㅋㅋㅋㅋ
근데 한국어 할수 있는 원어민교사가 마냥 좋은건 아니었음. 나중에 이것때문에 트러블이 일어났는데 그 썰은 분량조절 실패로 나중에 올릴꺼 ㅋ
쓰고나니 별로 재미없네... 2편 못쓸수도 있겠음 ㅋㅋㅋㅋㅋ
긴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림 ㅎㅎ
그닥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라 사실 처음에는 유머자료게시판에 이런걸 써도 되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기분은 좋네요 ㅎㅎ
한국어를 이만큼이라도 할수 있는건 인터넷 덕분인것 같아요.
이민와서도 한국에서 즐겨했던 크아랑 메이플스토리도 계속 했고 ㅋㅋㅋㅋ
중고등학생 때는 매주 무한도전 챙겨봤고요 ㅎㅎ (진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예능프로였는데 끝나서 너무 아쉽...)
매일 웹툰도 챙겨보고 ㅎㅎ
캐나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한국인 친구를 너무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대학 들어가서는 거의 한국인 유학생들이랑만 어울렸던 것도 한몫 한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유학생 선배들이 말도 안되는 똥군기를 캐나다까지 와서 부렸는데 내가 왜 그걸 다 받아줬는지 모르겠어서 지금도 이불킥 가끔씩 함)
대학에서는 역사 전공 영문학 부전공을 했는데 동아시아쪽에 비중을 두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인 교수님이랑 친해져서 전문적인 한국어도 많이 써볼 기회가 되었구요.
사실 고기 구울려다 정체 들킨 썰이 제일 임팩트가 커요... 나머지는 다 그냥 소소한 썰들인것 같네요.
댓글에 여선생과의 로맨스 썰을 풀어달라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런거 없어요 (...)
젊은 여선생님들은 다 임자 있는 분들이었고 나머지 여선생님들은 4~50대 어머니뻘이었어요 ㅋㅋ
그래도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랑 다 나름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냈던거 같네요.
썰 푸는건 음슴체가 제일 자연스러워서 음슴체로 갈게요 ㅎㅎ
1. 술 못마시는데 편의점에서 일부러 술 산 썰
일단 본인은 술을 전~혀 못먹음.
대학교 1학년때 한인학생회 들어가서 오티갔는데 선배가 소맥 한잔 말아준거 저녁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바로 그냥 잠 ㅋㅋㅋㅋㅋㅋㅋ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아빠도 똑같음. 유전인듯 ㅇㅅㅇ
근데 이런 내가 편의점에서 술을 사게 됨.
1편의 고기사건이 있었던 날이 금요일이었고, 주말에은 동네 원어민들이랑 만나서 놀고 월요일에 첫 출근을 함.
시골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학교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음.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붙임성이 너무 좋았음! 첫날부터 친해진 학생도 있음 (걔는 아직도 가끔씩 안부묻고 지냄)
그때 중1이었던 남학생들 무리가 있었는데 걔네들이 영어는 잘 못했지만 나한테 엄청 잘해줌.
퇴근하고 집에 가려는데 걔네들이 자기 집도 같은 방향이라고 집까지 배웅해주겠다고 함.
너무 기특해서 집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편의점에서 애들한테 음료수를 사주기로 결정하고 들어감.
애들이 음료수를 다 골라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카운터 보고 계신 분(한 20대 초중반 정도 되보이는 여성분)이 "응 다해서 6천원이야"라고 반말하심.
내가 주위에서 앳되어보인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이때 한국나이로 24살이었음.
24살에 중딩으로 오해받은것 같아서 왠지 울컥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돈은 내고 "감사합니다" 하고 애들이랑 나오려는데 그분이 "응 또와~" 이러시는 거임...
그때 결심했음. 그날 밤에 와서 술을 사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을 먹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음. 아니나 다를까 아직 그분이 계심. (나중에 안건데 그분이 점장이었음)
그래서 점장님이 또 온걸 보고 반말로 반겨주심 ㅋㅋㅋㅋㅋ "안녕~ 또왔네?" 하시면서 ㅋㅋㅋㅋㅋ
굳게 마음을 먹고 술 코너로 가서 제일 예쁘게 생긴 분홍색 이슬톡톡을 카운터에 성큼성큼 갖고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장님이 그걸 보고 "이거 음료수 아니라 술인데?" 라고 하시면서 다시 갖다놓으라는 손짓을 하심.
님들 그거 암? 내가 한순간 후에 곧 이길거라는 확신이 드는 그 순간은 희열의 경지에 도달하는 느낌임.
"아는데요 ㅇㅅㅇ" 하고 신분증 보여줬더니 점장님이 "헐..." 하는 표정으로 "죄송해요 아까 학생들이랑 들어오셔서 학생이신줄 알았어요"라고 사과하심
근데 점장님이 너무 미안해하셔서 생각보다 통쾌하지가 않았음....
괜찮다고 하고 웃어넘기고 집에 감.
그 이후로 편의점 갈때마다 그 점장님이 너무 깍듯히 대해주셔서 오히려 더 불편했음 ㅠ 차라리 그냥 중딩 행세 할걸 그랬나 하고 몇번 생각해봄 ㅋㅋ
여담으로 그 이슬톡톡은 1년 반동안 우리집 냉장고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내가 올해 2월 말에 방 빼기 전에 친구한테 줌 ㅋㅋㅋㅋㅋ
(물론 1년 반 된 술이라고는 말 안함 ㅋ)
2. 말이 씨가 된 썰
이건 중학교에서 근무한지 거의 1년정도 다 되었을때의 이야기임.
한국말 못한다는 컨셉을 한시간만에 때려치고 잡은 컨셉이 그냥 좀 철없는 애같은 선생이었음 ㅋㅋㅋㅋ
실없는 소리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학생들이 다 착해서 잘 받아줌 ㅇㅇ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더 엄한 컨셉을 잡을것 같음. 학생들이 너무 친구처럼 대해줘서 정작 혼내야 될 때도 못혼냄 ㅠ
내가 학생들한테 아이스브레이커(?)로 쓰던 멘트가 하나 있었는데, 학교 밖이나 복도에서 웅성웅성 모여서 뭐 하는 애들 보면 다가가서 "야! 너네 뭐해! 담배피지!" 하고 추궁하는 거였음.
물론 학생들은 결백했고, "아니에요 쌤 저흴 뭘로 보시는 거에요 ㅠㅠ 실망이야! 이제부턴 쌤 수업때는 잠만 잘꺼임!" 하면서 잘 받아줌.
근데 하루는 이게 뜻대로 잘 안됨 ;;
학교 끝나고 시내 빵집에서 빵을 사서 나오려던 찰나, 길거리에 뭔가 익숙한 뒤통수들이 몰려있는거임
그래서 애들 놀려줘야겠다 하고 뒤쪽으로 지나가면서 "야! 너네 뭐해! 담배피지!" 하고 놀래켜줬는데
이놈들이 진짜 담배피고 있던거임...;;;
이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해서 그냥 어버버 하고 있는데 애들이 먼저 담배 허둥지둥 끄고 사과함...
"죄송합니다 쌤! 담임쌤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 하면서 비는거임...
그래서 얼떨결에 "그래 이놈들아 지금은 피방가서 게임이나 하고 담배는 군대가서 많이 펴라" (?) 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고 집에 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한것 같아서 몇주동안 좀 찜찜했음... 애들한테 찌르지 않겠다고 한 의리도 있어서 다른 선생님한테 말도 못하겠고...
실없이 던진 말이 씨가 된, 웃기기도 하지만 내가 정녕 교육자의 자리에 서도 되는 사람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었음.
써보고 나니 1편보다 훨씬 더 재미없네요 ㅠㅠ
여기는 벌써 자정이 넘어서 잘 시간이기 때문에 3편은 내일 올리도록 할게요.
3편은 웃긴 썰보다 원어민교사로써 억울하거나 어이없었던 썰을 풀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올수도 있음)
2편이 너무 재미없어서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죄송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ㅠ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좋은 금요일 오후 되세요!
**(발암주의/스압주의)**
미리 말해두자면 이번글은 웃긴 썰이 아니라 억울하고 어이없던 썰만 모아둠.
100% 장담하는데 끝까지 읽으면 기분 나빠질거 ㅇㅇ
1편 2편처럼 웃기거나 소소한 썰이 아님.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수는 있음)
웃기거나 소소한 썰을 원하시면 이번 3편은 읽지 말고 추후 올릴 4편을 읽어주시면 되겠음.
오히려 읽기 전에 사이다 한캔 준비해놓고 읽는 걸 권장함.
유머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자게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1편 2편을 유자게에 써서 그럼. 먼저 머리숙여 양해를 구함.
사실 처음부터 이걸 쓰고 싶었던건데 첫글이 이런거면 오유분들이 내가 한국에서 괜히 고생만 했다가 간걸로 생각할것 같아서
먼저 흥을 돋우려고 (?) 내 기준으로 웃겼던 썰 몇개 풀어본거임.
이 글을 읽고 오유분들이 오해하지 마셔야 하는게, 난 1년 반동안 한국에서 원어민 생활 한게 꽤 만족스러웠음.
마을 주민들, 학생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랑 나름 친하게 지내고 좋은 경험 하면서 잘먹고 잘살다 귀국한거임. (돈도 꽤 많이범! $$$)
한국 떠난지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가끔씩 친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랑은 연락하며 살고있음.
앞으로 풀 썰들이 내가 억울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 하나임.
정상적인 논리로 생각했을 때,
만약 내가 교포가 아닌 한국말 못하는 백인 원어민이었으면 절대로 겪을수 없을 일들이었기 때문임.
총 세명의 선생님들이랑 트러블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압을 무릅쓰고 세 편을 다 쓰겠음.
쓰고 나니 내가 읽어봐도 너무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나는것 같아서 이 문구를 씀.
**이 글의 모든 내용은 100% 실화임을 나는 6년된 내 오유 아이디를 걸고 맹세함.**
**만약 나중에 자작이라고 논란이 났을 경우, 내 실명과 근무했던 동네 이름까지 밝힐 의사가 있음. (그동네에 중학교는 하나밖에 없음)**
1. 체육교사 ㄱ선생 편.
때는 바야흐로 2016년 9월. 내가 원어민교사로써 중학교에 근무를 시작한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때였음.
그때 퇴근시간이 4시 30분이었는데, 원어민이었던 나는 눈치 안보고 정시 칼퇴근을 주로 일삼았음. ㅋㅋㅋ
(다른 선생님들도 잔업이 없을 때는 칼퇴근 하시는 분들 계심)
당시 내 자리가 교무실이 아니라 2층에 있는 정보실이었음. 친한 영어쌤 한분이랑 정보부장 선생님이랑 같이 썼는데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좋았음.
그래서 더 칼퇴근하기도 쉬웠음 ㅋㅋㅋㅋ
퇴근할때 계단을 내려와서 학교 정문으로 나가는데, 그날은 정문 바로 앞에 체육선생 ㄱ선생이 막고 서있었음.
근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냥 이름이랑 가르치는 과목만 알고 있었고, 한번도 말 붙여보지 않은 선생이었음.
나이는 얼추 50대 후반, 내 아버지 뻘정도 되어보이는 선생이었음.
그래서 그 선생한테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생님" 하고 인사하고 정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뒤에서 ㄱ선생이 내 어깨를 잡음.
체육선생이라 그런지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악력이 엄청났음 ㄷㄷㄷ
뒤를 돌아보니 ㄱ선생이 삼국지의 장비같은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내 멱살을 잡음 ㄷㄷㄷㄷㄷㄷㄷㄷ
이때까지도 난 ㄱ선생이 장난하는건줄 알고 배시시 웃으며 "예? 왜요?" 하고 개해맑게 물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ㄱ선생이 나한테 "너 지금 뭐하는거야!" 하고 호통침 ㅎㄷㄷ
앞서 2편에 얘기했듯 편의점에서 중딩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고 해서 난 "아 이 쌤이 나를 학생으로 착각하셨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저 ***이라고 새로온 원어민교사인데요?" 라고 멱살잡힌채로 자기소개를 함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학생이었어도 굳이 멱살잡힐 정도로 나쁜짓을 한것같지는 않은데 왜 당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음.
나는 자기소개를 하면 "아 미안해요. 학생인줄 알고 착각했어요" 하고 멱살 놓고 사과해줄 줄 알았음.
학교는 회사랑 분위기가 달라서 교직원들은 친한 사이 아니면 다 서로 존댓말 함.
근데 내 예상과는 달리 ㄱ선생은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음.
"그래서!? 여긴 한국이야!! 유 노 히얼!!" 이라고 다시 호통침.
유 노 히얼이 무슨 말일까 하고 곰곰히 생각함. 넌 여기 있으면 안된다? 교포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
계속 몇번 더 "유노히얼 알았어?!" 라고 호통치며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ㄱ선생의 바디랭귀지를 보고 난 후 눈치챔.
정문 앞에 서있던 ㄱ선생을 뒤로 피해가지 않고 앞을 가로질러서 나가려고 했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봄.
내 예감이 맞았음. ㄱ선생은 내 멱살을 놓지 않고 "어디서 어른이 서계신데 뒤로 가지않고 앞으로 다녀! 원어민이면 다야!?" 라고 소리지름.
너무 어이없고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아 제가 실수했네요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니 그제서야 멱살을 놔줌.
ㄱ선생은 "앞으로 너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하고 소리지르고 다른곳으로 가버림.
처음에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앞으로 되도록이면 저 양반이랑은 마주치지 말아야겠다" 라고 다짐하면서 집에 걸어감... 휴 ㅜ
근데 집에와서 씻고 밥먹고 진정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다시 돌이켜보니 엄청 화남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내가 여자였거나 색목인 원어민이었다면 ㄱ선생이 나를 그렇게 대할 수가 없었다는걸 깨달음.
내가 한국에 살던 사람도 아닌데 나이많은 사람이 서있는 앞을 지나가는게 엄청난 실례라는걸 어떻게 암?
한번도 잡혀본적 없는 멱살까지 잡힐 정도로 내가 나쁜짓을 했나 하고 생각하니 개서러워짐 ㅋㅋㅋㅋㅋㅋㅋ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이, 내가 여선생이나 색목인 원어민이었느면 나한테 그렇게 대할수 있겠음?
내가 피는 한국사람이고, 더군다나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남자여서 ㄱ선생이 나를 만만하게 볼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니 울분이 솟구치며 잠이 안옴.
결국은 다음날 출근하면 교감선생님한테 이 일을 알려서 ㄱ선생한테 정의구현을 선사하기로 작정함.
다음날 아침에 교감선생님을 찾아가서 내 울분을 토해냈는데 교감선생님은 일 크게 벌리지 말자고, ㄱ선생은 원래 좀 그런 네가지 없는 사람이니 내가 이해를 좀 해주라는 식으로 얘기하심.
나중에 안 사실인데 ㄱ선생은 학교에서 유명한 망나니였음. 교직원과 학생을 막론하고 자기가 기분 안좋으면 쓸데없이 누구에게도 시비털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었음.
교감선생님마저 내 원을 해소해줄수 없다는걸 깨닫고 학교 끝나고 닭발 먹으러 간 자리에서 친한 선생님들한테 내가 당한 썰을 품.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만 그런 일이 있던게 아니었던것 같음. 심지어 교감선생님마저 ㄱ선생 성격때문에 어려워하는 사람이라고 함...
결국에는 직접적인 복수는 할수 없었던 한 소심한 청년의 고구마스토리...지만 내가 얼굴에 철판깔고 교내에서 이 썰을 너무 자주 푼 바람에 ㄱ선생 이미지는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바닥을 기게 됨. 그걸로 만족해야 할듯 ㅎㅎ
여담으로 이 일이 있고 난 10달 후에 ㄱ선생은 까칠한 사춘기 남학생의 수업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머리끄댕이를 잡고 흔들면서 욕하다가 욱한 학생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2주동안 쪽팔려서 학교 안나옴.
ㄱ선생은 교권 침해다, 학생은 전학시킨다 뭐한다 소리가 많았는데 심위원회(?) 가 평소 ㄱ선생 인성이 너무 쓰레기여서 충분히 ㄱ선생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들음. 결국 아무일도 없이 그 학생은 졸업할수 있었고, ㄱ선생도 아직 교직생활을 하는 중으로 알고 있음.
2. 과학교사 ㅈ선생 편.
앞서 다뤘던 ㄱ선생은 인성은 쓰레기였지만 그래도 나름 가정도 있고 친구도 있는 사람이었음.
학교에서는 망나니었지만 밖에서는 어느정도 정상생활이 가능했던 사람이었던거임.
ㅈ선생이라는 과학선생이 있었는데, 내가 한국에서 근무하는 내내 의문을 품고 추리했던게 "이 사람이 어떻게 교사가 되었을까"라는 불가사의였음 ㅋ
그 정도로 ㅈ선생은 일상생활마저도 이상한 사람이었음.
ㅈ선생은 원래 타지역 사람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먼 강원도까지 와서 혼자 관사에서 살고 있었음.
ㅈ선생은 ㄱ선생처럼 첫만남이 비호감은 아니었음.
나이는 ㄱ선생이랑 비슷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음 만났을때 막 반가워하면서 다음날 학교 끝나고 술마시러 가자는 거임.
술은 못하지만 그래도 학교 선생님이랑 친해지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수락함. (이게 큰 실수였음)
그런데 주위 선생님들한테 "내일 ㅈ선생님이랑 저녁 먹는데 같이 가실래요?"라고 물어보니 다들 치를 떨면서 싫다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
1편에서 언급한 한국말 못하는 컨셉을 유지해달라고 부탁한 담당쌤이 충고를 줌.
"ㅈ선생님이랑 저녁만 먹는다면 말리진 않을게요. 그치만 절대로 ㅈ선생님이랑 둘이서 술먹지 말아요"라고... ㄷㄷ
결국 ㅈ선생이랑 밥을 먹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ㅈ선생이 술을 시켜서 소맥을 말아먹기 시작함.
나는 술 못한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정색하면서 "그럼 술 받고 따르기나 해"라고 함 ㅋㅋㅋ
밥 얻어먹는 입장에서 술 먹지 말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술은 안먹고 국밥만 먹고 있었음.
그런데 사실 같이 밥 먹기 전에도 ㅈ선생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음.
학교에서도 막 혼자 들떠서 횡설수설하는데 도저히 무슨 이야기인지 맥락을 못 잡을 정도로 난해한 이야기였음.
박근혜가 뭐 어쨌다가 자기 유치원생 아들이 어쨌다가 막... 뭐랄까 제대로 대꾸도 할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아서 웃으면서 "아... 그렇죠..." 하면서 맞장구만 쳐줌.
나중에 "내 한국어가 미숙해서 내가 못 알아듣는 건가...?" 라고 의문이 들어서 나랑 나이가 비슷한 기술쌤한테 물어보니 기술쌤도 ㅈ선생 말은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줌 ㅋㅋㅋㅋㅋ
아무튼 ㅈ선생이랑 둘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위기가 생김.
ㅈ선생이랑 아무도 밥을 먹고 싶지 않았던 건, ㅈ선생이 술주정이 아주 고약한 사람이었던 것 때문이었음.
나중에 선생님들한테 주워들었는데, 강원도까지 나와서 따로 사는 이유도 술버릇 때문이라고 함.
술이 들어가니 ㅈ선생의 횡설수설은 한국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욕과, 차마 타자로 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섹드립으로 변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