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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안에 들어오는 치과 진료 도구는 깨끗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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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유창미 작성일18-11-12 04:21 Hits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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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입안에 들어오는 치과 진료 도구는 깨끗할까?

재사용되는 일회용 도구, 산정되지 않은 '수가' 때문

유수인 기자 입력 : 2018.04.28 00:06:00 | 수정 : 2018.04.27 19:43:22

어릴 적 치과에 가면 모든 게 무서웠다. 병원 냄새는 물론 의자에 눕는 것도 입을 벌리는 것도 두려웠다. ‘윙’ 소리가 나는 도구들이 입안에 들어올 땐 아프지도 않은데 괜히 아프게 느껴졌다. 

성인이 됐지만 내게 치과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다. 예나 지금이나 의자에 눕는 것이 무섭고, 진료 도구에서 나는 소리는 나를 괜히 아프게 한다. 걱정거리도 늘었다. ‘내 입안에 들어온 이 진료 도구, 다른 사람 입에도 들어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치과에 가면 항상 진료 의자 옆에 진료 도구들이 있었다. 의자에 누우면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도구를 교체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고, 입안 구석구석에서 침과 이물질을 흡입하는 ‘석션’은 어떻게 청소를 하는지 궁금했다. 

치과의사들에 따르면 다행히 입안에 들어가는 부분, 즉 석션팁은 일회용이다. 한번 사용을 하면 새것으로 교체된다. 한번 사용된 도구들은 경우에 따라 소독 또는 멸균을 하고, 환자가 앉았던 의자도 닦는다고 한다. 특히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받아야 하는 치과병원은 병원 내 감염관리실에서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관리를 하고 있다. 또 불시 점검을 통해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그러나 치과의 90%는 의원급이다. 의원급은 의료기관 인증평가 대상 기관도 아니고, 소규모 집단에서 소독과 멸균 등 감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두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또 의원급 치과의 감염관리는 지역 보건소에서 관할하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감독을 나가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일회용 석션팁을 재활용하는 곳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문제는 한 두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치위생사는 기자에게 “색이 노랗게 변할 때까지 사용한다. 소독도 제대로 안 하는 곳이 많은데,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고 헹궈서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제보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2006년 MBC ‘PD수첩’에서는 의료용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치과의사들을 고발했다. 의료기구들을 멸균·소독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입안에 넣어 진료를 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방송 이후 환자들도 의사들도 치과 도구 관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져 감염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입안에 들어갔던 도구가 내 입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그 다른 사람이 에이즈나 C형 간염과 같이 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진다. 한 전문의는 “환자가 감염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의사는 알지 못한다. 감염성 질환자를 진료한 도구는 보다 철저히 멸균이 돼야 한다”며 “멸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사용된다면 감염 위험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개원치과를 대표하는 대한치과협회와 정부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치과협회에서는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치과협회와 함께 감염관리 대책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감염관리가 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가’ 때문일 것이다. 한 전문가는 “감염관리는 100원의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200원, 300원 비용을 더 들일수록 좋다. 그러나 소독과 멸균에 대한 수가는 일부만 산정돼 있다. 치과의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기에는 손해가 계속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할 만큼 의료기관의 손해가 크다면 그에 대한 지원은 분명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주사기 재사용, 이대목동병원 사태 등으로 인해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의료진에게 강요하기보단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다. 

유수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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